많은 사람들이 헬조선, 헬조선 그런다.
내가 사는 헬조선에는 오른팔이 없고 두 다리가 없다.
다섯 살 때, 집 앞 철길에서 놀다가 사고가 있었다.
하루아침에 신생아처럼 작은 몸집이 된 나를보고 엄마가 그랬다.
이 아이는 누구에요? 우리 명진이는 어디 있죠?
뒤늦게 나임을 안 엄마는 실신했다.
아버지는 미친 사람처럼 병원침대 구석구석을 찾아 헤맸다.
손이 어디있느냐,발이 어디 있느냐?
아버지의 어깨가 지진처럼 들썩거렸다.
엄마는 거의 매일 나를 업고 옥상에 올라 하염없이 울었다.
'명진아, 엄마랑 그냥죽자.여기서 뛰어내리면..끝날 거야.
매일 술에 취해 지내던 아버지는 이내 언성을 높였다.
'허구한 날 옥상에 올라가 죽을 생각만 하고...
우리가 명진이 손과 발이 될 생각을 해야지!
코알라처럼...나는 남은 왼손으로 엄마의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엄마,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누가 들을까, 숨죽여 우는 부모님의 모습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 것 같다.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해 보였다.
''내가 다시 걷는 모습을 보면 엄마,아빠가 기뻐할 거야.
어느날,[88 서울 올림픽]을 보는데 독일 선수단 중 한명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머지 한 팔마저 없었다!
'엄마아빠, 저 사람 좀봐. 저 사람은 머리만 있어.
나보다 심각한 장애를 입은 사람이, 올림픽에 출전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니...
나도 할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한 가지를 처절하게 배웠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삶을 더 가혹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인간 신명진보다'장애인'이 먼저 각인되는 매 순간들.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 조심성 없는 연민들.
매일 보는 것 같은데, 매일 놀라는 사람들....
매일매일 반복되는 싸움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곤 했다.
계절이 바뀔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통증이 올라왔다.
절단 부위 쪽에서 고름이 터져 나오고 염증이 생겨났다.
계속해서 의족을 바꾸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은 어떤가?
아버지는 외벌이로 여섯 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다.
포기할까?...자살할까?
우리 가족의 이 분주한 우울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모두다 다섯 살 어린아이의 부주의 때문이었을까요?
....
하나님, 살아 계시다면
제게 남은 것을들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도록
저를 소홀히 마소서
....
나의 어머니가,아버지가 시름 속에 늙어가는 모습에
제가 가슴 저미는 일이 없도록
부디 저의 것들을 더 이상 잃지 않게 해 주세요.
짱구를 골백번 굴려봐도 결국 해결책은 유일했다.
매일이 고되다 할지라도, 시선이 차갑다 할지라도,
살아있기에, 죽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를 포기할수 없다는것.
무조건 다시 걸어야 한다!
걷지 않으면 영원히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 먹자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오히려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장애인 수영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왼팔 하나로 한강을 건넜다.
희망 원정대로서, 백두산과 몽골의 체첸궁산 등반에도 성공했다.
세계 4대 마라톤에 참가하여 9시간 50분의 기록으로 '의족 마라토너'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남은 나의 한 손으로
평생 소원이었던 [인천 sk와이번스]의 시구를 했다.
나의 버킷리스트가 하나씩 완성되어 가면서
나는 인생의 또 한가지를 배워 가고 있다.
어설픈 열정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내하며 나아갈 때마다 나를 응원하는 좋은 분들이 항상 '대기타고' 있다는 것.
목표가 있다면 남들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노력해야 하는 것이 나 신명진의 운명이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힘겨움에 시달리는 것이 나 신명진의 운명이지만,
함께 하는 좋은 분들로 인해 나는 해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이렇다.
결코 오르지 못한 고지는 없다.
다만 오르는 것을 포기할 뿐.
|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