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를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나쁜 남자인 주인공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옴므파탈로 그려지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현실의 나쁜 남자 중에는
여자에게 심하게 집착하며 매달리며 저돌적이다 못해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도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여성들이 이런 남자와 사귀면서도
헤어지기는커녕 더욱 사랑한다고 말한다는 것이죠.
나쁜 남자가 여자에게 심한 말을 자주 하고 육체적으로
폭행을 할 땐 금세라도 헤어질 것 같지만 잠시뿐입니다.
남자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받아주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용서해줍니다.
나쁜 남자에게 상처를 받아도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의 심리, 대체 어떤 심리가 작용한 것일까요?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가 되어야 할 연애가
가학-피학 관계로 맺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학적 관계에서는
구속을 사랑으로 느끼게 되는데, 그 원동력은 죄책감입니다.
자신에게는 화려하고 애틋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의 처벌에 가까운 단정을 스스로 마음속으로 내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흔히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과 깊은 관계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우월감이 피학적인 관계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이를 스톨로우 박사는 자기애성 피학증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얼굴도 반반하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성격도 활발하고 명랑하지만, 만나는 남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신이 좀 잘났다고 생각하고 상대적 우월감을 즐기는 경우,
이런 자기애성 피학 관계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학성에 가학성이 숨어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를테면 꿈에서 딴 남자를 만났다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복장이 터질 만한 얘깃거리를 던지곤 합니다.
이런 행동은 상대방이 불같이 파르르 떨면서 나중에
후회할 만큼 화를 냈다가 일주일 후 결국 잘못했다며
자신에게 굴복할 거라는 것까지 은연중에 미리 계산해서 나온 것이죠.
익숙한 관계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관계가 강렬할수록 반복되는
경향도 더욱 강화됩니다. 결벽증이 심하며 냉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여성이 부모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가학-피학적인 관계는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비교적 쉽고
즉각적이고 끊임없이 확인시켜 주기 때문에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무미건조한 커플보다 아옹다옹 싸우는 커플이 헤어지기 더 힘듭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학-피학 관계에서 자주 분비되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에 중독되기 때문입니다.
자해를 반복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해를 할 때 분비되는
생체 신경 호르몬에 중독되면 평상시의 약간의 우울감에도
자해를 향한 갈망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기애성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가학 성향과 피학 성향이
거의 항상 같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 관계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의 평강공주 같은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아니라
얼마나 잔인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잔인한 평강공주인 셈이죠.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그 사람이 이런 상황과 관계를 ‘
즐기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직면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이렇게 말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너 참 가학적이고 잔인하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스스로 뜨끔해하며 이런 비정상적
관계를 끝낼 수 있습니다. 드러난 피학성보다 숨겨진 가학성을
직면시키는 것이 자기애성 만족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넌 참 평강공주 같다” 혹은 “그걸 어떻게 참니?
넌 진짜 너무 착해” 같은 말은 그 남자와 헤어지게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애성 인정욕을 만족시켜 주는 꼴이 되어
버림으로써 오히려 둘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고 맙니다.
가학과 피학 사이를 오가는 당신,
"당신은 가학적이고 잔인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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